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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Letter - 리더십 파이프라인 역자서문

나두미키 2011. 8. 31. 09:26
리더십파이프라인은 내게 의미가 큰 책이다. 경영 쪽으로 직업을 바꾼 후 낸 첫 번역서이다. 오랫동안 많이 팔린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그 책 덕분에 강의 요청도 많았고 여러 곳에 자문도 했다. 인사에 관심이 많은 경영자로부터 여기에 관해 많은 질문도 받아왔다. 이 책 덕분에 그 동안 분에 넘친 대접을 받았다. 무엇보다 개정판도 번역하게 되어 기쁘다.

리더십파이프라인의 개념은 단순하고 확실하다. “직급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 역할에 따라 필요한 스킬, 지식, 시간관리 방법이 달라진다. 만약 새로운 자리로 승진한 리더가 승진 후에도 예전 역할을 고집한다면 그 조직의 파이프라인은 막히고 리더들은 성장하지 않는다.” 정말 명확하고 명쾌한 정의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개념을 이해하고 제대로 실천하는 개인과 기업이 얼마나 될까? 자기 역할이 무언지를 질문한 리더가 있기는 할까? 자기 역할이 혹시 잘못됐을 거란 생각을 평생 해 본적이나 있을까? 리더십의 핵심은 역할이다. 직급별로 역할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하고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조직의 생산성은 엄청 올라갈 것이다. 단계를 거치면서 좋은 인재들이 계속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역할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직급이 낮은 사람들은 괜찮다. 역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잘못된 역할을 하게 되면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사방에서 강력한 피드백이 들어온다. 계속해서 자기 역할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직급이 높을수록 역할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없다. 누가 감히 대통령에게 “지금의 역할이 잘못되었다”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누가 대기업 회장에게 역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 과장이 임원에게 “임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나요?”라고 얘기할 수 있나? 그렇기 때문에 높은 사람들은 늘 자신은 자기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할에는 세 종류가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역할, 부하직원이 생각하는 자기 역할, 상사가 생각하는 자기 역할… 이 세 가지 역할 사이에는 갭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주기적으로 이 갭을 줄여나가야 한다. 또 상황에 따라 역할은 달라진다. 전쟁이 벌어졌을 때와 평화 시에는 역할이 달라진다. 사업초기와 성장기에도 역할은 달라진다.
신입사원과 일하느냐 아니면 숙련된 사람과 일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늘 자기 역할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주기적으로 이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습의 의미로 몇 가지를 살펴보자.

리더십파이프라인은 왜 중요할까?

그래야 기업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기업의 최대 리스크는 사람으로 인한 리스크다. 엉뚱한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 잘못된 방향으로 조직을 끌고 간다. 이렇게 되면 파이프라인이 막힌다. 능력 있는 사람은 빠져나간다. 다른 곳으로 갈 능력이 안 되는 사람만이 남아 그렇고 그런 일을 한다. 당연히 회사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는다. 망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리더십파이프라인에 문제가 있다.

이 모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리더에 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리얼타임으로 다양한 리더의 태도와 행동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평판도 알고, 새로운 직급에 적응하는 사람은 누군지, 예전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이 누군지, 성과는 내지만 아랫사람을 못살게 구는 사람은 누군지도 알 수 있어야 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이런 정보는 결정적이다. 경영진은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조기경보시스템”으로 활용해야 한다.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골라내고, 제대로 된 사람을 적합한 자리에 배치해 조직이 무너지는 것을 조기에 발견해 조치해야 한다.

기능부서(functional group)에 관한 얘기도 의미가 있다. 어느 회사나 부서간에 사일로(Silo)가 존재한다. 부서간 갈등, 소통의 문제가 있다. 근본 원인은 기능부서장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생각하는 기능별부서장의 역할이다. “대부분 기능부서장은 회사 전체나 다른 부서보다는 자기부서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렇게 되면 부서에는 도움이 되지만 회사에는 손해가 되는 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경영자 혹은 다른 부서 사람들과 고립되어 일하려 한다. 자기들 딴에는 일을 잘 했다고 하지만 회사 방향과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능부서 책임자는 다음 질문을 생각해야 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회사 방향과 일치하는가? 나는 다른 부서 사람들이 무슨 일을 어떤 목적으로 하는지 알고 있는가? 내가 사장이라면 지금 같은 결정을 하겠는가? 다른 부서의 장으로 간다고 해도 지금 같은 행동을 하겠는가? 한 마디로 기능별 부서장의 가장 큰 책임은 회사 전체에서 부서를 보고, 다른 부서와 조화롭게 일하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의 가장 큰 희망은 최선을 다해 일을 하면 이 회사에서 승진을 할 수 있고 사장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를 꺾으면 조직의 사기는 땅에 떨어진다. 공공기업의 사기가 민간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낙하산인사 때문이다. 리더십파이프라인의 중간이 막힌 셈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위로 올라가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것만큼 김새는 일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리더십파이프라인은 승계 문제와 관련이 깊다. 승계 문제는 맨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 승계란 재능 있는 사람을 위로 끌어올리는 문제다. 모든 계층은 바로 아래계층으로부터 올라오고 그 계층에 의존한다. 그 계층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 높은 자리를 채울 재능 있는 인재를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

물론 필요 시 외부인재 영입은 필요하다. 하지만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부채용이 90%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90퍼센트 법칙의 예외는 신규사업 혹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것뿐이다. 그런 지식이나 경험 있는 사람을 내부에서 찾을 수 없을 때뿐이다.

여러분 회사의 리더십파이프라인 상태는 어떤가? 직급별로 역할이 달라지고 주기적으로 자기 역할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가? 대리가 할 일은 대리가 하고, 사장이 할 일은 사장이 하는가? 직급에 맞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 위로 올라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