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 Letter - 우리애는 달라요
Mailing Article / 2011. 8. 31. 09:26
주변에 애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지인이 있다. 부모는 모두 일류대 출신이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롭다. 어린 시절부터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라 부모와 양갓집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두 여섯 명이 이 애한테 올인했다. 생후 6개월 때부터 선생을 붙여가며 극성을 떨었다. 늘 집에서 학교까지 자가용으로 실어 날랐다. 많을 때는 하루에 과외를 다섯 개씩 시키곤 했다. 머리도 있어 맘을 먹으면 공부도 제법 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전교 1 등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달라졌다. 공부보다는 노는 것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춤과 노래를 좋아했고 재능도 있었다. 기대치가 높은 부모는 당연히 공부를 강요하고 애는 예능 쪽을 원한다. 애도 세고 어른도 센 탓에 이 집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요즘 애는 뮤지컬을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조건을 내걸고 뮤지컬을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뮤지컬 쪽에 마음을 빼앗긴 애는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러다 보니 공부를 원하는 부모와는 사사건건 어긋난다.
뮤지컬 배우를 위해 몇 달간 수 킬로를 다이어트하는 것을 보면 마음을 먹으면 실행력은 있는 아이다. 반면 부모의 유일한 방법은 감시와 통제와 잔소리다. 그러면 언젠가 애가 공부를 할 것으로 믿는 것 같다. 최근 애와 부모간 갈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힘이 있는 부모는 핸드폰도 빼앗고, 용돈도 줄이는 등 강압적인 조치를 취하지만 애의 행동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대신 부모에 대한 적개심만 높아지는 것 같다.
앞으로 이 집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어떤 결론이 날까? 당신 같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당신 집안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가? 지금 쓰는 방법이 작동을 잘 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바꿔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가? 내가 볼 때 이 집 문제는 쌍방과실이다. 애도 유별나긴 하지만 부모도 유별나다. 부모는 애가 유별난 점만을 강조한다. 우리 애는 다르기 때문에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고 강변한다. 애들이 별 속 썩이지 않고 자란 다른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부모의 관심과 애정은 알겠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우선 애를 믿지 못한다. 애의 성향을 파악해 거기에 맞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애는 어른의 속을 꿰뚫어 보고 있다. 왜 저런 방법을 사용하는지, 어떻게 해야 부모 속을 썩히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 이 집 어른은 작동하지 않는 강압적인 방법만을 반복 사용한다.
애 탓만 하지 방법 바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반발심만 키운다. 지금은 애가 어려서 참지만 어느 순간 어른들은 애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애한테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벗어나 자신의 방법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이 집 부모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우리 회사는 달라요. 우리 부서는 다른 부서와는 처지가 다릅니다. 업의 특성상 그런 접근방식은 통하지 않을 겁니다.” 컨설팅을 할 때 가장 흔하게 접하는 말이다. 한 마디로 우리 회사는 특수하기 때문에 다른 조직에 적용했던 방법이 먹히지 않을 거란 얘기다. 컨설팅을 하면서 정말 수없이 많이 들은 말이다. 그 말의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는 면에서는 맞다. 모두 자신에 대해서는 너그럽다. 대단히 괜찮은 조직으로 자화자찬 한다.
우리 조직은 특수하다, 우리 구성원은 다르다, 당신이 우리 조직에 대해 뭘 아느냐, 예전에도 해 봤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기야 인간은 그 맛에 산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면에서는 틀렸다. 누구나 중력의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다. 누구나 옥상에서 뛰어내리면 떨어진다. 그럴 때 위로 올라가는 경우는 없다.
“문제 아이 뒤에는 반드시 문제 부모가 있다.” 모든 교사와 학원 선생이 하는 말이다. “우리 애는 달라요. 만일 당신이 우리 애를 맡아 기른다면 당신도 별 수 없을 겁니다.” 문제 부모들이 하는 공통적인 얘기다. 그들은 자기 애는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애 교육에 대해 충고를 하면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인다. “당신이 우리 애를 몰라서 그래요. 우리 애는 정말 달라요. 얼마나 유별나고 극성스러운지 몰라요. 당신 애가 별탈 없이 큰 것은 당신이 잘 나서라기 보다 애가 무난해서 그렇답니다.”라고 생각한다.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문제 원인을 정확히 파헤쳐야 한다. 완벽하게 파헤쳐진 문제점은 반은 해결된 셈이다. 애 문제건 조직 문제건 문제의 반은 언제나 내부에 있다.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은 늘 상황 탓을 한다. 자기 방법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최악을 향해 달려간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늘 다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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