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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나두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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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늘 내편에서 나를 굳건히 지지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를 가끔 생각해 본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누구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할까, 어떠한 오해를 받더라도 나를 믿어줄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홍석화 공장이다. 그는 이미 환갑을 지난 분이니 나보다 한참 연배지만 그를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따스해진다. 늘 만나면 반갑고, 무엇이든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정말 우리는 서로를 아끼고 위하는 그런 사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대우차 공장에서 근무할 때다.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라는 미션을 받고 생산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 그를 만났다. 당시 태스크포스 팀장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현업도 바쁜 사람들이 내게 좋은 사람을 내어 줄 리 없었고 그는 당시 리더십이 부족하단 이유로 현업에서 빠져 있었다. 한 마디로 물을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생산부서에 처음 간 나로서는 이것저것 따질 입장이 못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그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공장 현황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와 파트너가 되어 공장을 샅샅이 뒤지면서, 불량의 근본적 원인을 발견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는 현장 경험은 많았지만 부족한 학력 때문에 전문성은 떨어졌다. 하지만 나름대로 문제점을 보는 통찰력이 있었고 현장 직원들과 밀착해 있어 그를 통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었다. 또 사람 보는 눈도 정확해 누가 일을 잘하고 누가 일을 잘 못하는지 나름 내게 귀뜸을 해 주었다. 무엇보다 부지런했고 긍정적이었다. 늘 잘 될거라고 나를 위로했고 어려운 주문도 척척 실행하였다. 궁합이 잘 맞았다.

특히 부지런함에 있어 그를 쫓아올 사람은 없었다. 예를 들어, 불량의 제 1 원인인 먼지를 줄이기 위해 헝겊 재질을 바꾸고 그 결과를 모니터링 하기로 했다면 그는 여지없이 새벽부터 나와 결과를 주시하고 내게 얘기를 해 주었다. 잘 되는 점은 이러이러한데 저런 점은 문제가 될 것 같네요... 대번에 피드백이 들어오니 나로서는 개선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장의 현황, 문제점, 개선진행상황, 직원들 사기 등등을 꿰뚫고 있었다. 늘 긍정적이고 행동이 빨랐다. 공장을 개선하자면 만들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지그, 작업대, 선반, 새로운 공구 등등... 공무부 등에 절차를 밟아 하다가는 몇 달씩 소요되었지만 그에게 부탁하면 이틀이면 만사 오케이였다. 워낙 발이 넓어 아는 사람이 많아 수단이 좋았던 것이다. 덕분에 공장의 불량률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고 나는 다른 부서로 전근되었다. 그렇지만 인연은 계속되었다.

얼마 후 회사에서 해외에 공장을 세우면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초기 단계에 많은 직원들이 그곳에서 일을 하는데 무엇보다도 먹고 자는 문제 때문에 사람들이 힘들어했던 것이다. 식사문제를 비롯해 초기에 나올 수 있는 수많은 문제를 순발력 있게 해결해 줄 사람이 필요한데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 홍 공장을 추천했고 그는 외국으로 날아가 멋지게 그 문제를 해결했다. 그 과정에서 힘든 일이 무척 많았겠지만 그는 일체 그런 표시를 하지 않았다. 회사 월급을 받는 사람이면 당연히 그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을 했다.

그러다 내가 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을 때 가장 가슴 아파한 사람이 바로 홍 공장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때 명절이라고 과일을 사들고 와서 위로한 사람도 홍 공장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때 그가 한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힘드시죠. 지금은 힘들지만 분명 이사님은 성공할 겁니다. 이사님 같은 분이 잘 안되면 대한민국에 잘 될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큰 조직의 임원으로 있다 회사를 나온 후 방향을 못 잡고 어려워하고 있을 때 그의 말 한마디가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 때 속으로 다짐했다. “맞아, 나를 저렇게 믿고 따르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되지. 다시 한 번 잘 해보자.”

이후 작은 회사로 옮긴 후에 나는 그를 다시 모셔왔다. 나이가 들어 은퇴를 했지만 건강한 그가 노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일은 운전을 하고 물건을 실어나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젊은 직원들의 존경을 받았다. 게으름을 피우고 회사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직원들에게 쓴소리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다 내가 그 회사를 나오면서 그도 같이 나왔다. 이후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가정 대소사는 꼭 챙겼다. 명절 때도 서로를 챙겼다.

그러던 어느 날 홍 공장님이 전화를 했다. 하지만 전화 목소리가 낯설었다. 순간 불길한 느낌이 엄습했다. 홍 공장님 아들이 내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그저께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하루 만에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하늘이 노래졌다. 눈물이 그냥 흘렀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다음 달쯤 예전 동료들과 밥 먹는 걸 주선하겠다고 하고선 그렇게 무정하게 갈 수가 있을까? 그 분이 간지 일 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사님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 그 사람을 기억하는 한 그 사람은 죽은 것이 아니란 말이 있다. 홍 공장님을 생각할 때 그 생각이 난다. 그 분은 돌아가셨지만 그 분은 아직 내 가슴에 살아 있다. 홍 공장님! 그곳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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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두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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