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나두미키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65)
Camping (9)
Apple (4)
Marketing (1)
Mailing Article (289)
Music & Book (3)
Travel + Food (2)
BoxOffice 순위 (17)
Issue (21)
Epitaph (5)
지후군 이야기 (7)
Total
Today
Yesterday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반은 동의하고 반은 그렇지 못하다. 어떤 상사가 늘 특정 부하직원을 칭찬했다. 소감이 어떤지를 물어봤더니 이렇게 답한다. “칭찬하는 것 하나도 반갑지 않아요. 다른 직원들로부터 왕따만 당해요. 일을 잘 했다면 칭찬만 할게 아니라 뭔가 물질적인 것이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내가 무슨 베이비도 아니고. 그저 돈 주기 싫으니까 말로 때운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은 칭찬받을 때 짜증이 나요.”

사람 사는 사회에 칭찬은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성이 결여된 칭찬, 과도한 칭찬, 뭔가 의도가 있는 칭찬은 위험하다. 칭찬의 속성을 살펴보자. (많은 부분 라인하르트 슈프렝어의 “내 인생 나를 위해서만”에서 인용)

칭찬은 공허하다. 뭔가 실질적인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말 뿐이다. 게다가 사람을 오도한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게 만들거나 잘못된 겸손으로 이끈다. 칭찬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칭찬받던 사람이 칭찬을 못 받으면 무기력하게 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남이 나를 대신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칭찬에는 평가가 선행한다. 칭찬은 대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칭찬은 평가관계이고 계급구조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칭찬하는 장면을 생각해보라. 사장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건방지게, 내 일을 평가하다니, 지가 뭐야…” 칭찬은 비대칭적이다. 자립성 없고 남의 평가에 의존하는 사람을 양산한다.

칭찬에는 대부분 의도가 있다. 사장이 실컷 부하직원의 성과와 역량을 칭찬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회사에 믿을 사람은 자네밖에 없네. 바쁘겠지만, 이 급한 프로젝트도 자네가 맡아주게…” 누가 이 말을 거절할 수 있을까? 칭찬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있다.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다. 칭찬으로 뭔가를 얻는 사람은 바로 칭찬하는 사람이다. 싸구려 옷도 잘 어울린다고 마구 칭찬을 함으로서 가장 이익을 얻는 사람은 바로 남편이다. 앞으로도 부인은 비싼 옷 대신 싼 옷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칭찬은 자유를 빼앗아간다. 뺀질이 동료가 있다. 그는 자신이 할 일을 남에게 미룬다. 동료들은 뺀질이 일을 대신하느라 등골이 휜다. 뺀질이는 시간이 날 때마다 공개석상에서 동료를 칭찬한다. 그래야 앞으로도 계속 멍청한 동료들이 자기 일을 하리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칭찬으로 동료를 옭아매는 것이다. 늘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사장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김 부장이 작년에 이어 올해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누구 덕분에 회사가 발전을 했다 라며 공식석상에서 마구 비행기를 태운다.

하지만 물질적 보상은 전혀 없다. 말로 때우는 것이다. 그때 하는 칭찬은 진정한 칭찬이 아니다. 월급을 말로 때우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칭찬은 받을수록 기분이 나쁘다. 그렇지만 칭찬을 하는데 뭐라 할 수 없다. 칭찬이 자유를 빼앗기 때문이다. “비판에 대해서는 방어가 가능하지만 칭찬에 대해서는 무기력할 수 밖에 없다.”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말이다.

칭찬에는 중독현상이 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연예인들이 쉽게 좌절하고 심지어 자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기중독현상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대중의 환호에 익숙한 이들은 이를 당연시 여긴다. 관심이 적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다 대중의 관심이 식으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주변에 칭찬중독현상이 가진 사람들이 있다. 부모덕분에 젊은 나이에 출세한 사람, 한번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승승장구한 사람, 갑 생활을 오래 한 사람 등이 그렇다.

어린 시절부터 떠받들어지는 생활을 오래한 사람들도 비슷하다. 이들은 주변의 관심이 소홀해지면 알코올중독자처럼 손을 떨면서 갈팡질팡한다. 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환호를 해야 기뻐하고 뭔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면 분노하고 적개심까지 보인다. 그 사실을 못 참고 시기하고 질투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칭찬은 하지도 말고 받지 말라는 말일까? 그렇지는 않다. 무엇보다 칭찬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타인의 칭찬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다. 자기 생각이다. 내가 결정했느냐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의 칭찬보다 이 일에 대한 내 생각이 더 중요하다. 내가 쓰는 글도 그렇다. 다른 사람의 격려와 칭찬이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글을 읽고 내가 만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칭찬에 중독되면 자기가 하기 싫은 일도 칭찬 때문에 할 수 있다.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남의 평가에 연연하는 것은 자기 차의 운전대에 다른 사람을 앉혀놓고 자기는 뒷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과 갔다. 혹시 내가 칭찬중독현상이 있지는 않은지 곰곰 돌아볼 일이다.
Posted by 나두미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