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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나두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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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강의를 했다. 강의가 끝난 후 나를 초청한 분이 맥주나 한잔 하자고 해서 맥주 집엘 갔는데 초면인 사람도 함께 가게 됐다. 명함을 교환하고 인사를 나누었는데 제법 큰 상장회사 대표다. 한 눈에도 기가 강해 보였다. 들어가자 마자 그 분은 검찰과 감독기관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얘기를 늘어놓는다. 돈줄이 막혀 몇 억을 준비 못하면 며칠 내로 부도처리가 될 것 같다는 내용이다. 대출도 안 되고, 유가증권 발행도 안 되고, 주가도 폭락해 남은 방법은 수단껏 돈을 꾸어야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 동안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사업을 꾸려왔는지, 금융기관이나 정부에서 얼마나 사업을 방해했는지, 자기가 얼마나 괴로운지에 대해 한 시간 이상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참으로 난처했다. 나는 초청한 지인과 그 동안 회포를 풀러 왔는데 모르는 사람이 전후 사정을 모르는 우리들에게 힘든 얘기를 잔뜩 하니. 그래도 방법이 없어 듣고 있었다. 참다 못한 지인이 이제 늦었으니 집에 가자고 해서 간신히 그 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얼마나 답답하고 분했으면 모르는 나에게 저렇게 하소연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 저 사람 때문에 즐거운 저녁 시간을 망쳤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무엇보다 집에 오자 마자 나는 완전 파김치가 되었다. 칫솔질 할 에너지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사람의 화를 내가 다 뒤집어 쓴 것이다.

버럭이란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걸핏하면 버럭 화를 내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인물도 좋고 최고 학력을 가진 사람이다. 겉으로는 아무 하자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사람과 몇 달 일을 하면 그런 성향을 알게 된다. 그 사람은 예민하다. 화 내는 기준이 남다르다. 보통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수 있는 일에 대해 그 사람은 화를 낸다. 프로세스를 보면 이렇다.

당사자에게는 화를 내지 않는다. 따라서 당사자는 그 사람이 그렇게 화가 났다는 사실을 모른다. 상황이 끝난 후 주변 사람을 하나 잡고 당사자의 행동이나 말에 대한 자기 느낌을 털어놓는다. 그 말을 듣고 자기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동의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대부분 동의를 한다.

그 다 음에는 점점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화를 낸다.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그 얘기를 들어야 한다. 동의할 만한 사람을 찾아 대 여섯 번 이런 프로세스를 거친다. 때로는 상사를 압박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을 가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동의하고 같이 화를 낸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그를 피하기 시작한다. 그 사람 얼굴빛이 바뀌면 슬슬 주위를 떠난다. 전화도 안 받으려 한다. 그 사람의 화를 뒤집어 쓰기 싫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은 화를 낼까? 화를 낸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자기 삶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가장 화가 난다. 내가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사람인가를 생각하면 견딜 수 없다. 별 것 아닌 일에도 화가 난다. 화를 자주 낸다는 것은 무언가 내 자신에게 화가 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화는 오래 간다. 자신감이 생겨야 사라진다.

교만 때문에도 화가 난다.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하면 화날 일이 많아진다. 눈이 나빠 인사를 안 하는 부하에게 화가 난다. 감히 윗사람을 몰라봐. 모임에서 소개를 안 하거나 한 마디 할 기회를 안 줘도 화가 난다. 감히 나를 몰라보고 지들끼리 놀아라는 생각을 한다. 마중을 나오지 않는다고, 예우를 하지 않는다고, 상석에 안 앉힌다고 화를 낸다.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하면 세상에는 화 낼 일 투성이다. 어설픈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거나 급이 안 되는 사람이 지도자 위치에 올라가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힘 없는 사람은 화 내기가 쉽지 않다. 화 낼 대상도 마땅치 않고 뒷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무서울 게 없기 때문에 화를 낸다. 윗사람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명감을 갖고 화 내는 사람도 있다. 저런 찌질한 것들에게 화를 내서 인간개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는 괜찮은데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화가 난다. 내 앞에서 저런 상스런 얘기를 하는 것에 화가 난다. 내가 누군데 감히 내 앞에서 저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까 맘이 상한다. 정말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화날 일이 많이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화낼 일이 없을까? 그런 일은 없다. 비슷한 일들이 벌어진다. 화를 낸다는 것은 내 선택이다. 별 것 아닌 일에 불같이 화를 낼 수 있다. 뭔가 사정이 있겠지 하면서 넘어갈 수도 있다. 화가 났다고 그것을 주변 사람에게 전파해서는 안 된다. 그럴 권리도 없다. 화를 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인이 가장 큰 손해를 본다. 화가 나면 눈에 보이는 없고 귀도 들리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이 떨어져 나간다. 화가 날 때는 코비 박사의 세 단계를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떤 화 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잠시 정지하고(STOP), 생각하고(THINK), 선택(CHOOSE)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라다크족의 가장 나쁜 평가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다. 나 역시 화 잘 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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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두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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