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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나두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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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곳을 보라

Mailing Article / 2009. 10. 8. 07:53

지난 1500년 동안 의사소통을 발전시키는 데 가장 혁혁한 공헌을 한 것을 띄어쓰기다.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글은 띄어쓰기가 되어 있어 읽기 편하다. 알파벳 문화권에서도 띄어쓰기를 사용하며 문장이 시작하는 곳을 제외하고는 소문자를 쓰고 있어서 가독성을 높인다. 그러나 대략 8세기 이전까지 라틴어와 그리스어는 모두 대문자로 씌어졌고 띄어쓰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장을 읽는 것은 피곤하고 속도도 떨어졌다.

 

그런데 고대인들은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된 글들은 대부분 큰소리로 읽었다. 그들은 이것을 '귀로 읽는 방법'이라고 했는데, 책이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귀로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띄어쓰기가 되지 않는 문장을 읽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또 글을 아는 로마인이라면 그들의 언어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낭독할 때 특별히 어절을 구분해 주지 않아도 불편한 줄 몰랐다.

 

그러나 8세기의 색슨족과 고트족 사제들은 라틴어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단어가 어디서 끝나고 다음 단어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잘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 사제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어 사이에 공백을 넣어 띄어쓰기를 시도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띄어쓰기는 예상치 못했던 위력을 발휘했다. 글을 더 빨리 읽게 된 것이다. 단어가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지 알면 더 빨리 이해할 수 있다. 뇌는 말하고 듣는 것보다 보고 인식하는 데 더 강하기 때문이다. 12세기 이후 대부분의 문명 세계에서 띄어쓰기를 사용했고, 묵독이 대세를 잡게 되었다.

 

여기 커피 잔이 하나 있다. 여러분은 커피 잔의 어는 부분을 보는가? 색깔, 재료 혹은 모양을 보는가? 이번에는 컵 내부의 빈 공간에 주목해 보는 것은 어떤가? 이 빈공간이야말로 커피 잔을 커피잔이게 만드는 요소다. 피아노의 거장 아르투르슈나벨은 자신의 예술성의 비밀을 이렇게 말했다. "내기 연주하는 악보는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것보다 나을 바가 없다. 내 예술은 바로 음표 사이의 빈 곳에 존재한다."

 

참고도서: 상상력의 한계를 부수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망치(로저 본 외흐, 21세기 북스)

Posted by 나두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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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콘서트2



멋진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값이 비싸다고 투덜대면서도 굳이 도시에 살려는 이유는 무얼까?
빈둥대는 직장 상사가 나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이유는?
다들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합리적인 사람이란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사람이란 의미다. 오늘은 이런 얘기들을 모은 “경제학콘서트 2”를 소개한다.



이 책은 “10대들의 구강성교 비율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다소 파격적인 질문으로 시작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질문에 10대들이 예전에 비해 성적으로 문란해졌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 책은 “10대들이 더 똑똑해졌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섹스를 원하는 10대들의 욕구는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AIDS나 낙태고지법 등으로 섹스에 대한 위험(비용)은 예전에 비해 한층 높아졌다. 합리적인 10대들은 AIDS 감염이나 원치 않는 임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구강성교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코카 콜라값이 오르면 코카콜라 대신 펩시를 사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빈둥대는 직장상사가 나보다 연봉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역시 합리적인 선택이다. 기업에서 보상 기준은 토너먼트 방식이다. 즉,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비교해서 누가 더 일을 잘하느냐에 따라 보상을 하는 것이다. 낮은 직급의 사람들은 높은 직급으로의 승진 기회가 있기 때문에 성과에 따른 금전적 보상이 크지 않더라도 강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승진 기회는 줄어들기 때문에 승진이란 인센티브만으로 동기를 부여할 수 없다. 그래서 직급이 높아질수록 거액의 연봉을 인센티브로 제시하는 것이다. 토너먼트 이론의 주창자 에드 레이지어(Ed Lazear)에 따르면 “사장의 임금은 사장에게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기보다는 부사장에게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멋진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역시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사랑과 결혼에는 합리적 선택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합리적 선택 이론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혼도 일종의 쇼핑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철저하게 작용한다. 노처녀 노총각이 나이가 들수록 눈을 낮추는 것이 그렇다. 그들은 낮추고 싶어서 낮추는 것이 아니다. 본능적으로 자신을 원하는 후보자의 공급이 준다는 것을 알고 기대수준을 낮추기 때문이다.



주변에 노처녀는 많은데 노총각 숫자는 적다. 이 책을 보고 해답의 일부를 찾았다. 컬럼비아 대학 레나 애들런드의 주장입니다. “남성은 소득이 높을수록 여성에게 인기가 높다. 여성은 정반대다. 부유한 남성은 인기가 높지만 부유한 여성은 인기가 별로다. 그래서 부유한 남성이 많은 곳에 여성들이 몰려든다. 도시가 그런 곳이다. 도시는 임대료가 비싸다.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남성은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야 한다. 아니면 아예 도시에 진입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도시나 남성보다 여성들이 많다. 워싱턴DC는 8:9로, 뉴욕은 20-34세의 남성 86만 여성 91만 하지만 유타나 알래스카에는 남성이 많다.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괜찮은 남자들이 몰려 있는 도시에 온다. 남성의 숫자는 적지만 괜찮은 남성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맨해튼에 거주하는 여성이 적령기 남성 숫자가 적다고 알래스카로 이사를 가지는 않는다.”



흑인 중 미혼모가 많은 것도 비슷한 이유로 설명을 한다. 무엇보다 젊은 흑인 남성이 감옥에 많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에는 200만 명의 남성과 10만 명의 여성이 감옥에 있고 특히 젊은 흑인이 많다. 이는 젊은 흑인 여성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결혼 슈퍼마켓에는 한 명만 부족해도 여성의 교섭능력은 급격히 낮아진다. 남은 한 명이 결혼을 위해 자신의 가격을 마구 낮추기 때문이다. 여성의 대학 진학율이 높아진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결혼 기회가 줄어든 여성들이 결혼을 위해서도 그렇고 독립하기 위해서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비싸진 남성들은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래저래 결혼 결혼확률은 적어진다. 이 모두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다.



대도시 집값은 비싼 이유도 그렇다. 보통 사람들은 ‘주변 시설이 좋아서’라는 단순한 대답을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근처에 좋은 레스토랑과 멋진 공연장이 있다 해도 날마다 그곳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도시 집값이 비싼 진짜 이유는 ‘도시에서 배울 것이 많기 때문’이다. 도시에 있는 ‘인적 자본’을 누리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지식과 자극을 나눈다. 정보도 교환하고 사업도 진행된다. 한 마디로 비즈니스 찬스가 높기 때문이다. 대도시는 시골에 비해 이런 기회가 흔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적다. 이를 지식의 스필오버(Knowledge Spillover)라고 한다. 차고 넘치는 것이다.



사람들은 늘 합리적으로 행동을 한다. 이를 연구하는 것이 경제학이다. 즉,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범죄를 통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한근태 대표 kthan@assist.ac.kr

Posted by 나두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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